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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코리아 장애인 비하 논란

Hoi_ 2022. 2. 2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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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OTT서비스인 쿠팡플레이에서 방영한 코미디쇼 'SNL 코리아 시즌2'의 한 코너에서 장애인 비하 논란이 불거져나왔다. 뉴스 프로그램을 패러디하며 중국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을 풍자하는 내용이었는데 엉터리 수화를 하며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여 농인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SNL코리아 장애인 비하 논란

프로그램 한켠에 등장해 수어로 상황을 전달하는 '수어통역사' 역할을 맡은 배우 정상훈이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엉터리 수화를 하는 모습에 한 농인이 SNS로 공개적인 불편을 보이며 장애인 비하, 약자 혐오 논란이 불거져나오게 됐는데 이를 본 여러 시청자들 역시 댓글로 시청에 불편했음을 토로했다. 이에대해 SNL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SNL 논란에 대한 커뮤니티 반응 중 일부

댓글 내용을 살펴보면 불편해 하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존재했으나 추천을 많이 받은 베스트 댓글을 비롯해 대부분의 반응은 장애인 비하가 맞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간접적으로나마 당사자라고 불릴 수 있는, 실제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이 직접적으로 불편을 토로 한 만큼 이런 반응이 주를 이루는게 당연한 반응으로 보인다. 다만, 필자는 이에 대한 생각이 매우 다르다. 여기까진 현재 불거진 논란에 대한 정리이며, 밑으로는 논란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표현 의도와 태도가 중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전 정상훈 배우의 저 연기를 비하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나운서와 수어통역사가 나오는 뉴스의 형식을 따라했을 뿐 비하의 의도가 있는게 아니며 농인, 수어를 우습게 만드는게 아니라 정상훈 배우 스스로가 본인을 망가트리며 웃음을 유발하는 슬랩스틱으로 보는게 맞다는겁니다. 농인이, 수어통역인이 우스꽝스러운게 아니고 배우 정상훈의 표정이, 몸짓이 웃긴거라는 말이죠. 위 베스트 댓글들에서 비유로 가져온 모든 상황은 실제 패러디 대상을 비하하는 의도, 목적을 가지고 표현을 했으니 문제가 되는것이므로 이번 논란과 전혀 맞지 않는 비유입니다. 동양인을 비유하며 눈 찢는 행동은 눈이 작고 찢어졌다는 조롱의 표현이고 칭챙총은 동양인의 발음을 비하하는, 역시 그 자체로 조롱의 표현이므로 문제삼는게 맞습니다. 그러나 이번 정상훈 배우는 농인을 비하하지 않았으며 수화도 실제 수화가 아닌 엉터리 수화로 본인의 슬랩스틱을 선보였을 뿐, 그 어떤 조롱과 비하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었다는 겁니다. 과장된 몸짓의 정상훈, 우스꽝스런 표정의 정상훈을 보여주려는 의도였고 그의 역할이 수어통역이었을 뿐이지 수어통역인이 이렇다, 수화가 이렇게나 웃기다 라는 조롱의 내용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상대의 기분이 나쁘면 그 자체로 잘못이다?

위 베스트 댓글에 '최홍만 성대모사를 본인이 싫어하면 안하는게 맞다.' 는 논리로 이번 논란을 설명하시는 분이 있는데 맞는 말 입니다. 다만, 이는 '특정한 누군가'를 대상으로 한 패러디에서만 맞는 말인거죠. SNS로 한 농인이 불편을 표시하긴 했으나 그가 실제 농인인지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그 분은 농인을 대표하는 대표성이 없습니다. 불특정 대상, 집단을 대상으로 한 패러디는 집단의 대표성을 지닌 사람이 불편함을 표시해야 위 논리가 성립되는거지 그 집단의 어느 한 개인의 불편함을 '최홍만 성대모사 논리'와 동일시 할 순 없다는겁니다. 심지어 이번 개그는 농인, 수어통역인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 패러디도 아니었고 그냥 뉴스에서 수어통역인이 등장하는 그 형식을 빌려 슬랩스틱을 했을 뿐 내용은 다른 대상에 대한 풍자였으니 '최홍만 성대모사 논리'와는 더더욱 관련이 없는거죠. 현 상황을 예를 들자면 학교에서 수업하는 그 형식을 빌려 국회를 풍자했더니 갑자기 현재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는 누군가가 SNS로 불편을 표하는 그런 상황인겁니다. 왜 학생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느냐고 .. 이게 제대로 된 불편함으로 보이십니까 ? 어느 누가 보더라도 국회를 풍자하는 내용이었고 그 안에서 슬랩스틱으로 개그 요소를 추가했을 뿐 학생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다는걸 모두가 알잖아요. 불편을 표하려면 예를 든 상황에선 오히려 국회가, 실제 이번 논란에선 중국이 불편함을 표했어야 맞는 상황인겁니다. 아니면 교사 협회나 전국 학생회 같은 대표성을 지닌 곳에서 본인들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그 자체에 불편함을 표시하던지요. 개인은 표현하지 말라는게 아닙니다 집단은 괜찮아도 개인은 불편할 수 있죠. 그러나 그런 개인의 불편함을 확대해석하고 약자 혐오니 장애인 비하니 하는건 과한 비판이라는겁니다.

그럼에도 사과가 필요한 일은 맞다.

개인적으로 위 패러디를 장애인 비하로 보지도 않고 솔직히 사과 할 일이라는 생각도 안하지만 어찌됐든 그 개그를 보며 불편함을 느낀 누군가는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한 사과의 말 정도는 필요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영상을 삭제하고 장애인 비하에 대해 사과하는게 아닌, [장애인 비하 의도가 없었음을 명확히 하고 시청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에게 사과]하는 정도로 마무리 했어야 맞다고 봅니다. 영상 삭제, 장애인 비하에 대한 사과는 과하지 않았나 싶네요. 영상을 삭제 할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말이죠. 오히려 삭제를 하는게 장애인을 비하했음을 명확히 하는겁니다. 이런 대응은 아쉽지만 시청자 반응에 예민할 수 밖에 없으니 한 편으론 이해도 갑니다.

개그는 개그로, 다큐가 아니다.

이런식이면 누가 개그를 합니까? 개그는 개그일뿐 오해하지 말자는 말을 십 년, 이 십 년도 더 전 부터 희극인들이 그렇게 외쳤는데 아직도 이런 잘못된 불편함에 개그가 휘둘리는 꼴을 봐야하는건지 참 .. 시청자들의 생각하는 수준에 발전이 없다는 느낌입니다. 개그가 모든 잘못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길 바라는게 아닙니다. 할머니 역할로, 어린이 역할로, 뚱보 역할로 우스꽝 스런 표현들을 할 수 있는거고 그 내용 대상을 비하 할 의도가 없음이 보이면 된거지 그 역할로 슬랩스틱을 했다는 그 자체에 불편함을 표하면 어쩌라는겁니까. 이번 논란에서도 장애인은 개그에 절대 등장하면 안되는겁니까? 수어통역인은 슬랩스틱 하면 안돼요? 장애와 관련된 그 무엇도 개그에 등장하면 안되는거냐고 묻고싶습니다. 무슨 성역도 아니고 .. 이런 불편함이 오히려 그 집단을 더 가두고 스스로 폐쇄성을 만드는겁니다. 장애인 그 자체, 수어통역인 그 자체를 비하하고 조롱하려는 의도였다면 저 역시 SNL을 비판했겠지만 그냥 역할이 수어통역인 이었을 뿐, 내용은 동계 올림픽 풍자였고 정상훈 배우의 슬랩스틱이었잖아요. 오히려 공개적인 곳에서 언급해줬을 때, 재밌게 잘 봤다. 실제 수화도 섞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수어에 대한, 농인에 대한 관심을 이끄는게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지 이런식의 불편함으로 농인, 수어통역인의 등장 자체를 막아버리면 두 번 다시 그들은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볼드모트같은 존재가 될 뿐 절대 보호받고 관심받는 존재가 될 수 없는겁니다. 제발 개그는 개그로 봤으면 좋겠고 표현하려는 의도가 어떤지 태도가 어떤지를 생각을 하시길 바랍니다. 1차원적인 역할 그 자체만으로 논란을 만들지 마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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