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OTT서비스인 쿠팡플레이에서 방영한 코미디쇼 'SNL 코리아 시즌2'의 한 코너에서 장애인 비하 논란이 불거져나왔다. 뉴스 프로그램을 패러디하며 중국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을 풍자하는 내용이었는데 엉터리 수화를 하며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여 농인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프로그램 한켠에 등장해 수어로 상황을 전달하는 '수어통역사' 역할을 맡은 배우 정상훈이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엉터리 수화를 하는 모습에 한 농인이 SNS로 공개적인 불편을 보이며 장애인 비하, 약자 혐오 논란이 불거져나오게 됐는데 이를 본 여러 시청자들 역시 댓글로 시청에 불편했음을 토로했다. 이에대해 SNL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댓글 내용을 살펴보면 불편해 하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존재했으나 추천을 많이 받은 베스트 댓글을 비롯해 대부분의 반응은 장애인 비하가 맞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간접적으로나마 당사자라고 불릴 수 있는, 실제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이 직접적으로 불편을 토로 한 만큼 이런 반응이 주를 이루는게 당연한 반응으로 보인다. 다만, 필자는 이에 대한 생각이 매우 다르다. 여기까진 현재 불거진 논란에 대한 정리이며, 밑으로는 논란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표현 의도와 태도가 중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전 정상훈 배우의 저 연기를 비하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나운서와 수어통역사가 나오는 뉴스의 형식을 따라했을 뿐 비하의 의도가 있는게 아니며 농인, 수어를 우습게 만드는게 아니라 정상훈 배우 스스로가 본인을 망가트리며 웃음을 유발하는 슬랩스틱으로 보는게 맞다는겁니다. 농인이, 수어통역인이 우스꽝스러운게 아니고 배우 정상훈의 표정이, 몸짓이 웃긴거라는 말이죠. 위 베스트 댓글들에서 비유로 가져온 모든 상황은 실제 패러디 대상을 비하하는 의도, 목적을 가지고 표현을 했으니 문제가 되는것이므로 이번 논란과 전혀 맞지 않는 비유입니다. 동양인을 비유하며 눈 찢는 행동은 눈이 작고 찢어졌다는 조롱의 표현이고 칭챙총은 동양인의 발음을 비하하는, 역시 그 자체로 조롱의 표현이므로 문제삼는게 맞습니다. 그러나 이번 정상훈 배우는 농인을 비하하지 않았으며 수화도 실제 수화가 아닌 엉터리 수화로 본인의 슬랩스틱을 선보였을 뿐, 그 어떤 조롱과 비하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었다는 겁니다. 과장된 몸짓의 정상훈, 우스꽝스런 표정의 정상훈을 보여주려는 의도였고 그의 역할이 수어통역이었을 뿐이지 수어통역인이 이렇다, 수화가 이렇게나 웃기다 라는 조롱의 내용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상대의 기분이 나쁘면 그 자체로 잘못이다?
위 베스트 댓글에 '최홍만 성대모사를 본인이 싫어하면 안하는게 맞다.' 는 논리로 이번 논란을 설명하시는 분이 있는데 맞는 말 입니다. 다만, 이는 '특정한 누군가'를 대상으로 한 패러디에서만 맞는 말인거죠. SNS로 한 농인이 불편을 표시하긴 했으나 그가 실제 농인인지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그 분은 농인을 대표하는 대표성이 없습니다. 불특정 대상, 집단을 대상으로 한 패러디는 집단의 대표성을 지닌 사람이 불편함을 표시해야 위 논리가 성립되는거지 그 집단의 어느 한 개인의 불편함을 '최홍만 성대모사 논리'와 동일시 할 순 없다는겁니다. 심지어 이번 개그는 농인, 수어통역인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 패러디도 아니었고 그냥 뉴스에서 수어통역인이 등장하는 그 형식을 빌려 슬랩스틱을 했을 뿐 내용은 다른 대상에 대한 풍자였으니 '최홍만 성대모사 논리'와는 더더욱 관련이 없는거죠. 현 상황을 예를 들자면 학교에서 수업하는 그 형식을 빌려 국회를 풍자했더니 갑자기 현재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는 누군가가 SNS로 불편을 표하는 그런 상황인겁니다. 왜 학생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느냐고 .. 이게 제대로 된 불편함으로 보이십니까 ? 어느 누가 보더라도 국회를 풍자하는 내용이었고 그 안에서 슬랩스틱으로 개그 요소를 추가했을 뿐 학생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다는걸 모두가 알잖아요. 불편을 표하려면 예를 든 상황에선 오히려 국회가, 실제 이번 논란에선 중국이 불편함을 표했어야 맞는 상황인겁니다. 아니면 교사 협회나 전국 학생회 같은 대표성을 지닌 곳에서 본인들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그 자체에 불편함을 표시하던지요. 개인은 표현하지 말라는게 아닙니다 집단은 괜찮아도 개인은 불편할 수 있죠. 그러나 그런 개인의 불편함을 확대해석하고 약자 혐오니 장애인 비하니 하는건 과한 비판이라는겁니다.
그럼에도 사과가 필요한 일은 맞다.
개인적으로 위 패러디를 장애인 비하로 보지도 않고 솔직히 사과 할 일이라는 생각도 안하지만 어찌됐든 그 개그를 보며 불편함을 느낀 누군가는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한 사과의 말 정도는 필요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영상을 삭제하고 장애인 비하에 대해 사과하는게 아닌, [장애인 비하 의도가 없었음을 명확히 하고 시청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에게 사과]하는 정도로 마무리 했어야 맞다고 봅니다. 영상 삭제, 장애인 비하에 대한 사과는 과하지 않았나 싶네요. 영상을 삭제 할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말이죠. 오히려 삭제를 하는게 장애인을 비하했음을 명확히 하는겁니다. 이런 대응은 아쉽지만 시청자 반응에 예민할 수 밖에 없으니 한 편으론 이해도 갑니다.
개그는 개그로, 다큐가 아니다.
이런식이면 누가 개그를 합니까? 개그는 개그일뿐 오해하지 말자는 말을 십 년, 이 십 년도 더 전 부터 희극인들이 그렇게 외쳤는데 아직도 이런 잘못된 불편함에 개그가 휘둘리는 꼴을 봐야하는건지 참 .. 시청자들의 생각하는 수준에 발전이 없다는 느낌입니다. 개그가 모든 잘못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길 바라는게 아닙니다. 할머니 역할로, 어린이 역할로, 뚱보 역할로 우스꽝 스런 표현들을 할 수 있는거고 그 내용 대상을 비하 할 의도가 없음이 보이면 된거지 그 역할로 슬랩스틱을 했다는 그 자체에 불편함을 표하면 어쩌라는겁니까. 이번 논란에서도 장애인은 개그에 절대 등장하면 안되는겁니까? 수어통역인은 슬랩스틱 하면 안돼요? 장애와 관련된 그 무엇도 개그에 등장하면 안되는거냐고 묻고싶습니다. 무슨 성역도 아니고 .. 이런 불편함이 오히려 그 집단을 더 가두고 스스로 폐쇄성을 만드는겁니다. 장애인 그 자체, 수어통역인 그 자체를 비하하고 조롱하려는 의도였다면 저 역시 SNL을 비판했겠지만 그냥 역할이 수어통역인 이었을 뿐, 내용은 동계 올림픽 풍자였고 정상훈 배우의 슬랩스틱이었잖아요. 오히려 공개적인 곳에서 언급해줬을 때, 재밌게 잘 봤다. 실제 수화도 섞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수어에 대한, 농인에 대한 관심을 이끄는게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지 이런식의 불편함으로 농인, 수어통역인의 등장 자체를 막아버리면 두 번 다시 그들은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볼드모트같은 존재가 될 뿐 절대 보호받고 관심받는 존재가 될 수 없는겁니다. 제발 개그는 개그로 봤으면 좋겠고 표현하려는 의도가 어떤지 태도가 어떤지를 생각을 하시길 바랍니다. 1차원적인 역할 그 자체만으로 논란을 만들지 마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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